글4 하늘 항상 정해진 시간에 산책을 하다 날씨가 너무 좋은 탓에 일찍 운동을 나왔다. 먹구름 뒤로 비치는 하얀 구름들이 노을을 머금고 잔뜩 주황빛을 뿜고 있었다. 오르골을 들으며 한걸음 한걸음 걷다 보니 정말 만화 속에 들어온 것처럼 내가 보는 하늘은 그림처럼 이뻤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하늘만 바라봤을 뿐인데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보고 싶어 카메라에 사진을 남겼는데 실제 보는 거와는 다르게 작은 박스에서 보이는 하늘은 내가 본 만큼 이쁘진 않았다.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같은 순간을 보여주고 싶어 사진을 보냈다. 하늘을 본 게 언제였는지 별을 보던 게 언제였는지 머쓱해하는 친구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여유를 주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른다. 최근에 날씨와 관련된 영화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있는.. 2021. 8. 20. 다시 보러 와 어릴 적 그 모습 그대로 항상 좋은 꿈은 일어나면 슬퍼지더라 정말 그 시간만큼은 행복하게 웃었는데 깨고 나면 아무것도 없던 것처럼 돌아오니까 그래서 한 번은 꿈에서 깨기 싫어 꿈에서 만났던 어린 소녀에게 말했어 " 내가 깨어나면 넌 다시 못 보겠지 그저 내가 만들어낸 연기와 같으니까" 근데 소녀가 말하더라 " 그래도 지금 행복하게 웃었으면 된 거지 다음에 만날 수 있다면 더 재밌게 놀자 " 정확히 3년 전 일인데 생생하게 기억 남았어 언제 볼지 모르지만 그때 그 모습으로 다시 한번 보고 싶다 나도 너도 2020. 12. 10. 너무 훌쩍 큰걸까 저녁밥을 먹고, 동생은 뜬금없이 나에게 물었다. “언니는 어렸을 때 어땠어? 행복했어?” 세월도 참 빠르다. 내 등에 업혀 있고 싶어 하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덧 내 가슴 정도의 높이까지 키가 훌쩍 컸다. 12살인 동생의 행복하냐고 묻는 말이 뭐가 그리 어려운 질문이라고 한참을 고민했는지 “그러게, 행복했던가”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이런 내 모습을 본 ᄃ.. 2020. 11. 13. 내가 담고 싶은 것 꿈을 꾸었다 카메라를 들고있던 어린 아이 사진기의 초점이 다시 한번 맞추어지고 셔터 소리와 함께 하늘은 인화되어갔다 인화된 하늘의 색은 진해지더니 결국 암흑으로 사진에 담기게 되었다 아마 밝기를 맞추지 않은 탓이었나 나는 하늘을 담으려 했다 고작 이 카메라 하나로 분명 긴 공백은 아니었는데 넌 소심한 거 같아 하는 말에 괜히 소심해지고 넌 좀 자존감이 낮은 거 같아 하는 말에 괜히 내가 못나 보여 모두가 표정이 없었다 생각을 비우고 싶었다 그렇지만 비우는 것도 잠시뿐 나는 또 하늘을 담으려고 카메라를 들었다 . . . 2020. 11. 8. 이전 1 다음